오월은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제12회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약 보름간 일정으로 지난 4일 개막돼 이제 종반에 접어들었다.

올해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백미(白眉)로 캐나다 퀘백의 ‘칼리굴라 리믹스’가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희곡 ‘칼리굴라’는 고대 로마의 3대 황제였던 칼리굴라라는 인물을 소재로 했다.

칼리굴라는 20세기 후반의 프랑스 실존주의 작가 ‘알베르 카뮈’의 작품으로 우리에게는 ‘이방인’으로 잘 알려진 작가다. 공교롭게도 2013년은 카뮈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칼리굴라 리믹스’는 카뮈의 ‘칼리굴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시각적 언어가 아닌 청각적 언어(대화·코러스·비명·한숨·신음 등)로 구성된 서사극이다.

카리굴라는 극도의 포악한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카뮈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에 반항했던 인물들에 대한 조명을 통해 살아있는 인간의 고뇌를 반추한다.

‘칼리굴라 리믹스’를 감상한 대다수의 평론가는 “칼리굴라가 고색창연한 시적 문어체로 조탁(彫琢)된 가장 원시적인 연극 대본을 현대극으로 리믹스(remix)한 그리스 비극의 형태”라고 극찬했다.

칼리굴라는 2012년 캐나다 퀘벡에서 열리는 CINAR(캐나다 아트마켓)에서 프리젠터(Presenter)·평론가·기자들로부터 최고로 평가돼 전원 기립박수를 받은 작품이다.

CINAR는 세계각국에서 모여드는 종합공연예술작품의 메카로 2년에 한 번씩 개최돼 200편이 거래되는 최대의 공연 마켓이다.

세계적인 종합공연예술의 양대 축제는 프랑스의 ‘아비뇽’과 스코틀랜드의 ‘에딘버러’다. 이들 축제는 60~70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이번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참가작인 1인극 ‘레오 (LEO)’는 독일·캐나다 작품으로 ‘2012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수상작이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홍승찬 예술감독은 “아비뇽과 에딘버러 같은 세계적인 공연예술축제는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가 앞으로 모색해야 할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또 “우리가 만든 이자람의 ‘억척가’가 판소리로 세계적인 작품으로 성공할 가능성을 엿보인 것은 좋은 사례다.

하지만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도 적어 작품을 골라서 사올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정부나 시의 지원 없이는 한계가 있다. 칼리굴라도 작품가가 6000만원이지만 퀘백 정부가 반을 후원해 공연이 성사됐다.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는 지난 12년간 예술감독이 6~7명이나 바뀌었다. 또 일회성으로 그쳐 축제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지 않는다. 나도 3년이 지나 거취가 불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사실상 축제를 주도하는 스태프들은 8명으로 해외유학파가 반이지만, 처우가 열악해 2년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이들은 6개월에서 1년 이하의 계약직이 대부분이다. 축제 기간에는 여관에서 자거나 날밤을 센다”고 했다.

올해는 시 승격 50주년으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예산은 지난해에 비해 8000만원이나 삭감됐다.

시의회가 2013년 본예산에서 유일하게 대폭 삭감한 항목으로 축제에 대한 평소 속내를 가늠케 해준다.

축제에 대한 공감력 결핍으로 칼리굴라 공연 객석에는 국회의원·시의원·시장 등 정치인을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처럼 국제적인 축제가 지역 정치인들의 무관심 속에 한낱 지역축제 수준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또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에 대한 미래 비전에 대해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다만 무기력하게 흘러갈 뿐이다.

시는 2013년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의 홍보대사로 가수 패티김과 팝핀현준·박애리 부부를 선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개막식 행사에 참석도 안 했다.

국제적인 행사를 하면서 일회성 홍보대사를 임명한 언밸런스 행정이 도대체 문화컨텐츠에 대한 개념이 있는 건지 의문스럽다.

혼이 담기지 않은 것에는 화려한 겉치레와 껍데기만 존재할 뿐 영속적인 생명력이 없다. “이집트 피라밋은 노예들이 만든 게 아니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안병용 시장은 지난 4월 시 승격 50주년 기념식에서 “미군부대가 가장 많은 의정부는 원조 부대찌개라는 아픈 상처의 미운 오리새끼 이미지였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 부천시 김만수 시장이 의정부시를 방문했을 때도 안 시장이 부대찌개를 선물해 화제가 됐다.

김 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의정부시를 방문해 부대찌개를 선물 받았다며, 청주시를 방문하면 직지심경을 받을 건가”라고 해 부대찌개를 의정부에 오버랩시켰다.

세계 유수의 도시들은 지금 무한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BI(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문화컨텐츠 개발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정부시는 주변도시에 비해 변변한 산업시설 하나 없어 부대찌개도 좋지만 국제적인 음악극축제도시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해, 시민의 자긍심을 높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정치는 짧고, 예술은 길다.” 가까운 장래에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를 토대로 우리문화 유전자를 가진 세계적인 예술도시로 발전시킬 통 큰 정치인을 기대해 본다.

▲ 칼리굴라 리믹스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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