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시의회 강세창 의원과 안병용 시장 사이에 막말 논란으로 지역정가가 들끓고 있다.

이로 인한 혼란과 갈등은 ‘꼬리가 몸통을 흔들 듯’ 지역의 정치적 구도와 맞물려 장기화할 전망이다.

급기야 안 시장은 강 의원으로부터 입은 설화(舌禍)를 이유로 검찰에 고소하겠다고 천명했다.

최근 강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와 시의회에서, 안 시장은 동 주요업무보고회와 공문으로 서로의 갈등을 부추기는 언어로 금도(襟度)를 넘어섰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이라고 말했다. 모든 사물이 언어를 통해 존재하는 것처럼 사람도 언어라는 집을 통해서 존재한다는 말이다. 이를테면 언어가 곧 그 사람이라는 뜻이다.

일찍이 공자는 아들 백어(伯魚)에게 “시를 공부하지 않고서는 남 앞에서 말을 할 수 없다 (不學詩 無以言)”고 가르쳤다.

감히 해석컨대 말에는 표현 너머에 무언가가 포함돼 있고, 시심(詩心)이 담기지 않은 말은 자칫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날카로운 가시로 변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칼에 베인 상처는 일주일이면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간다”는 老 법조인의 말처럼 이미 뱉어버린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

시인 김춘수는 ‘꽃’이라는 시에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표현했다.

이처럼 말이 사물의 인식에 본질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이유는 세상이 언어로 질서화돼 있기 때문이다.

화분 속의 식물을 대상으로 말의 영향력에 대한 실험을 했다. 한 쪽 식물에는 칭찬을, 다른 쪽은 증오의 말을 일정 기간 계속했다.

그 실험 결과는 확연했다. 좋은 말을 계속 들은 식물의 발육 상태는 좋았고, 증오의 말을 들은 식물은 말라죽었다.

이렇듯 긍정적인 말에는 ‘생명력’이 있고 부정적인 말에는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언어는 사람이 속한 집단이나 사회에 따라 달리 사용된다. 따라서 언어는 그 집단의 품격을 나타낸다.

지도자의 언격(言格) 또한 사회의 품격(品格)을 결정짓는다. 지도자의 말이 사회 구석구석에 공기처럼 깃들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일류의 지도자는 한결같이 걸출한 시인들이다. 또 세계의 저명한 정치인들의 말 속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로 여유와 해학이 넘친다.

타인에 대한 험담과 집착은 자신이 병태생리적으로 건강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런 지도자는 하루바삐 시심(詩心)의 회복을 위해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특히 정치 지도자의 말에 시심이 담긴 사회는 건강하지만 이들의 말이 거친 사회는 ‘시인이 죽은’ 광기어린 야만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더구나 유권자는 단순한 갤러리(gallery)가 아니다. 조만간 자신의 의사를 반드시 표심으로 나타낼 것이다.

최근 안 시장이 강 의원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강 의원, 가슴 속에 맺혀있는 말을 쏟아내면 후련할 줄 알았는데 더 답답하고 슬픔이 밀려옵니다”라고 절절하게 표현했다.

이것이 안 시장 자신의 흉중 시심을 표현한 것이라면 스스로 갈등을 봉합하는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대양을 이룬다)의 뜻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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