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돈/소설가
황사로 인해 답답했던 봄에 대한 보복일까? 무더위를 이겨낸 한반도의 요즘은 그야말로 청정구역이다. 드높이 펼쳐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시시각각 연출하는 흰구름의 군무는 가히 예술의 영역을 넘어선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일교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며 아침 저녁으로는 따뜻한 차 한 잔이 간절하다. 또한 긴소매의 셔츠를 걸쳐야 한기에 배겨날 수 있다.

복잡하고 분주한 도시 생활에서 잠시라도 사색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가 마련된다면 이 또한 정신의 보너스가 아닐까?

지금 우리 앞에 9월30일부터 10월9일까지 장장 열흘간의 연휴가 대기하고 있다. 단군 이래 역사상 그 어떤 태평성대에도 한 달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이 정도의 휴일은 없었으리.

그러나 이렇게 긴 연휴가 누군가에게는, 어떤 직업군에게는 황금빛으로 다가오겠지만 누군가에겐, 또 어떤 직업군에게는 잿빛일 수 있음을 기억하라.

당장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들과 수를 헤아리기 어려운 생계형 자영업자들, 그리고 명절이면 더욱 가족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취준생들….

한쪽에서 흥청망청 해외여행과 각종 축제의 나팔을 불어댈 때, 다른 한편에선 우울과 소외의 피눈물을 흘리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말로만 상생의 사회를 떠들지 말라! 긴 연휴기간 한 번 쯤은 이 사회의 그늘진 이면을 보듬으라. 그들의 결핍을 함께 아파하라.

그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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