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영 대표기자
최문영 대표기자

의정부시가 18일 오후 대강당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은 전임 시장 때 브리핑룸에서 하던 형태와는 사뭇 다르다. 형식이 대통령 연두교서(신년 시정방침)를 빼닮았다.

이번 기자회견은 김동근 시장 취임(만 18개월) 후 네 번째다.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 2022년 10월 김근식 사태 긴급 기자회견, 재정위기 대응 기자회견 등이 전부다.

김 시장 취임 이후 기자회견 분위기는 과거 시장‧부시장‧실국장이 수시로 출입기자와 허심탄회한 ‘백브리핑(엠바고, 오프더레코드 포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붙박이 지역기자들은 일부 기자들의 중구난방  질의에 심도있는 현안을 물어볼 기회조차 없었다.

언론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입법·사법·행정에 이어 제4부로 외곽에서 권력집중과 부정부패를 방지하려는 오랜 소명이다.

기자의 언어는 정치인의 문법과 다르다. 기자의 질문은 시민의 알권리를 위한 것으로 정치적 주도권을 위한 의도는 없다.

이날 김동근 사장이 PPT를 곁들인 신년도 시정방침 설명 후 모 지역기자가 가까스로 발언권을 얻어 질문했다.

해당 기자는 의정부복합문화융합단지 리듬시티 물류단지 사업자(코레이트)가 시장을 상대로 의정부지검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로 고소한 사건과 사업부서 직원을 상대로 경찰서에 고소한 사건을 물었다. 

기자의 질문에 김동근 시장은 “사업자와 토지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논의 중이다. 공개적으로 발표하기는 이르다. 그렇게 긴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은 분명 시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용도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법적인 문제는 신경 안 쓴다. 고려 대상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루하루 날짜가 흘러 피말리는 사업자와는 달리 시장의 답변은 일견 물류단지 사업자와 논의가 잘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이날 김 시장의 답변은 지난해 10월 25일 시의회 김지호 의원의 리듬시티 물류센터 시정질문 기시감을 떠올리게 했다.

김 의원의 질문에 “제가 (시민들께) 분명하게 물류센터 백지화를 약속드렸다. 양측이 수용 가능한 대안을 찾겠다.

이건 상대방과의 게임이다. 밖에 패를 다 공개할 수 없다. 적절한 기회에 말씀드리겠다. 공개적으로 회의석상에서 말씀드리면 또 다른 파장이 생긴다”고 답했다.

앞서 리듬시티는 물류단지 착공을 위해 지난해 4월 의정부시에 ‘준공전 사용허가 신청’을 했고, 시가 6월말 불허가 처분했다.

여기에 리듬시티는 지난 9월 의정부지방법원에 ‘불허가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시의 불허가 처분은 ‘사업부지 개발계획 변경(도로 선형 변경)과 기반시설 미비, 사업부지 사후 환경영향평가에서 맹꽁이(멸종 위기종)가 나온’ 사유로 알려졌다.

유가사상을 집대성한 중국의 순자는 신하와 군주의 행태를 설명하는 ‘신도(臣道)’에서 사직지신(社稷之臣)의 본질은 목숨 걸고 바른말로 직언하며, 나라에 이익이 된다면 명령도 거역할 수 있는 자로서 군주를 보필하는 간쟁보필(諫爭輔弼)이라고 했다.

반대 의견을 낼 줄 모르는 조직은 침묵이라는 바이러스가 구성원 전체를 전염시킨다. 이러한 조직문화는 시간이 갈수록 집단역학으로 작용해 심각한 신드롬(syndrome)로 발전한다,

의정부시는 2022년 2월 ‘캠프카일 민간개발사업자 선정 특혜 의혹’ 감사원 감사로 담당 과장 ‘해임’, 담당 국장 ‘감봉 3월’ 등 징계를 받았다.

이어 지난 1월 9일 재판에서 담당 과장(퇴임)과 국장은 검찰로부터 각 2년을 구형받았다. 

풀은 바람을 따라 눕는다. 갑진년 새해 여명이 가시지 않은 지금, 더 이상 공직자의 희생은 없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의정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