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암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조감도
장암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조감도

김동근 의정부시장 ‘장암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 민간투자사업’ ‘원점 재검토’ 공약이 시민 갈등으로 재점화 돼 도마에 올랐다.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 사업은 전 안병용 시장 때 민간위탁사업으로 결정돼 지난해 6월 (사업비 2530억원) 용역·설계와 심사를 끝내고 우선사업자 선정 통보만 남긴 상태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민간사업자의 선투자 비용은 20~30억원에 달한다.

김동근 시장은 자신의 공약에 따라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등 과제 해결을 위해 10여개 정책혁신플랫폼(워킹그룹)을 운영중이다. 전문가·공직자 등으로 구성된 ‘위킹그룹’은 ‘실행을 전제로 미션 중심의 정책 공부와 전략 수립을 위한 기능’으로 안병용 전 시장의 ‘행정혁신위원회’ 버전-2를 연상시킨다.

시는 지난해 10월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 검토 워킹그룹을 구성했다. 회의는 매주 개최해 현재까지 13차에 이른다. 회의 결과 공공하수처리장은 민간위탁으로 결론을 내리고 지난 12월 회의부터 시민단체 대표를 참석시켰다. 12월 16일 시민대표로 참석한 장수봉 전 더불어민주당 시의원과 최경호 풀뿌리시민회의 대표는 공공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은 ‘민간위탁’이 아니라 ‘재정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이들은 “향후 30년간 공공서비스 분야를 민간기업에 맡길(BTO-a 방식) 경우 발생할 기업의 독점이윤·가격조작·자료조작·기술의존·기업파산 등 부작용을 우려했다. 시가 사전에 시민들과 충분한 공감 없이 초대형 민자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타 지자체 사례를 보더라도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단체는 김동근 시장이 새로운 정책적 판단을 위해 앞선 결정에 크게 의존하는 경로 의존(path dependency)을 우려하고 있다.

시민들의 주장에 일견 수긍이 가는 이유는 기업은 국가자본주의와 달리 단기간에 이윤을 극대화하는 집단이다. 또한, 기업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시민 등 소수집단이 파악하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과거 일부 정부 정책은 소수의 이익에 종속돼 시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행정은 기업의 말을 인용해 트롤링(trolling)? 해왔다,

민주주의는 개체의 총합이 아니라 변증법적 대화다. 대화가 거듭될수록 자신이 타자로 나타난다. 타자의 일부가 자신이 되고 자신의 일부가 타자의 일부가 된다. 리더는 설계자이며 조력자이지 맨 앞에 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주인공이 아니다. 현재 의정부시에 필요한 리더십은 시민을 하나로 묶는 퍼실리데이터(facilitator- 회의 중립자로서 구성원들의 대화를 경청하며 서로 상호작용을 하도록 돕는 사람)다.

민주주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시민이 행정에 깊이 관여해야 한다. 또한 허술한 민주주의에 속아 넘어가지 않으려면 유권자들이 올바른 정보를 얻는 노력을 해야한다. 대중의 선택은 때로 합리적 이성보다는 선동가들의 감정적 호소에 더 기울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부작용이 정치적 노이즈마케팅이다.

김동근 시장은 2017년 경기도 행정2부지사 시절 ‘경기도청 북부청사 앞 평화광장’ 조성을 위해 ‘100인 시민위원회’ 출범을 되새김해야 한다. 시민위원회 핵심은 무작위·다자주의 구축으로 갈등 해결을 위한 시민배심원 제도의 모방이다. 시민배심원은 지원한 시민 가운데 패널을 선발한 뒤, 자료와 전문가 강의를 통해 주제를 익힌 뒤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는 방식이다.

관료적인 조직에선 결코 의문을 제기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다. 시민들의 요구는 시 정책에 대한 지성적 토론이 더 많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 비전문가인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사소한 정보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돼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모자이크 이론( mosaic theory of intelligence gathering)이 절실하다.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그들만의 폐쇄적 공간이 아닌 시민 다수가 참여한 지속가능한 공론장이다.

한편 기자는 지난해 9월 30일, 호원1동 현장시장실에서 마주한 주민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잊을 수 없다. “지금 길가에 벚꽃을 심어달라는 민원은 호화스러운 것입니다. 우리는 하수처리장과 소각장 때문에 왔습니다. 제가 14년째 이곳에 사는데 냄새 때문에 문을 열어놓고 살 수가 없습니다. 옛날 안병용 시장을 세 번 만났습니다. 오영환 국회의원 후보에게도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약속대로 3년을 기다렸습니다.

지금 시장님 어디 사십니까? 여기 좀 와서 살아보세요. 호원동 한주4차 아파트는 소각장 바로 건너편입니다. 여름에는 문을 닫고 살아야 됩니다. 30년 동안, 의정부에 이런 아파트가 어디에 있습니까? 정확히 (시장님) 임기 안에 하시겠다는 것이죠? 이제 이곳에 분뇨 못 들어옵니다. 주민들 다 드러누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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