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가 최근조직문화개선을 이유로  부서 ·직원 간 칸막이를 허물기 시작했다
의정부시가 최근조직문화개선을 이유로 부서 ·직원 간 칸막이를 허물기 시작했다

개방형 사무실- 생산성 감소, 동료들에 적개심 유발, 의욕 상실, 불안감 조성

의정부시가 최근 조직문화개선을 이유로 부서·직원 간 칸막이를 허물자, 직원들의 원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의정부시 민선 8기 정책자문단인 ‘조직문화개선 워킹그룹’이 직원들의 청렴도 향상과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무실 내 칸막이 없애기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앞서 의정부시는 공간 분야 등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직원 의견을 청취했다. 그 결과 직원 상당수가 개인업무 영역인 파티션(칸막이) 준수와 급격한 사무실 환경개선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회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개방형 사무실’은 생산성을 감소시키며 심지어 기억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이러한 근무 환경에 있는 사람은 ‘병이 들고 동료들에게 적개심을 느끼며 의욕을 잃고 불안해 할 수 있다’는 것이 지배적 이론이다.

연구자들은 특히 지난 40년간 메타분석에서 집단의 크기가 늘어날수록 아이디어 생산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개방형 사무실 환경에서는 직원들이 독감에 걸리거나 고혈압 등 성인병에 취약하고 동료들과 언쟁을 벌일 확률이 높아, 지나치게 자극적인 환경은 생산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자들은 직장이나 단체에는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협업할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지만, 혼자 조용히 일할 수 있는 환경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요즘 MBTI(성격유형검사)가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다. MBTI 성격유형은 16가지로 구분할 만큼 복잡하다. 인간의 심리 유형은 카를 구스타프 융이 1921년 발표한 저서 ‘심리 유형’에 사용되면서 대중화됐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사나 글로벌 기업 등에서는 개방형 사무실 구조 여부를 (외·내향적 성격에 따라) 개인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듈방식 사무실을 제공함으로써, 직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업무 환경을 고르도록 하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21세기 사회는 과거 푸코의 (병원·학교·수용소·공장 등) 규율사회가 아닌 성과사회로 변했다. 사회 구성원은 더 이상 복종적 주체가 아니라 성과주체로 불린다.

현대 조직의 리더는 성과주의에 급급한 나머지 직원들을 피로사회로 다그친다. ‘악의 평범성’ 이론으로 유명한 한나 아렌트에 따르면 조직의 성과주의는 인간을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시키고, 행동의 가능성을 모두 파괴해 버린다.

성과주의는 코로나19 백신 등 면역학적 접종처럼 우리 몸속에 자발적으로 균을 침투시킨다. 면역의 근본 특징은 부정성의 변증법이다.

즉 면역체계는 자아가 타자의 부정성을 부정함으로써 타자 속에서 자신을 확인한다. 이처럼 성과주의는 폭력적  피로사회를 야기시키고 있다.

우리는 매일 피로에 젖어 있다. 지금 한 손에 커피나 에너지드링크를 쥐고 있지는 않은가? 대체 우리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는 걸까?

생물학자 사이에는 유희본능이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박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대부분 포유류는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을 구분 짓지 않는다.

포유류인 인간은 700만년 전부터 안전한 동굴속에서 생활하며 진화해왔다. 동굴은 휴식처인 동시에 편안한 잠자리로 인간 유전자 속에 각인돼 있다.

인간은 낮선 사람이 다가오면 자신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게 된다. 자신의 영역이 침범당했다는 본능적 느낌 때문이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에 따르면 모든 상호작용에는 지켜야 하는 물리적 거리가 있다. 권력이나 친밀도에 따라 공간 양상이 달라진다.

공적 거리는 개인과 사회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인간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적 공간, 즉 배후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고 한다. 밀집된 공간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면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같은 이상행동을 동물학자 존 칼훈은 ‘행동 싱크(behavioral sink)’라 불렀다. ‘싱크’는 음식물 쓰레기를 받는 용기처럼 온갖 쓰레기 같은 행동들의 집합을 뜻한다.

수용소나 정신병원의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대 뒤, 즉 배후 공간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숨을 공간이 없다.

‘슈필라움(Spielraum)’은 타인에게 방해받지 않고 휴식을 취하고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자율 공간을 뜻한다. 독일어 '놀이(슈필·spiel)'와 '공간(라움·raum)'을 합쳐 만든 말이다.

또한, 슈필라움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과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의미다.

평소 생활속에 슈필라움의 부재가 주는 부작용의 대표적인 예가 자동차다. 평소에 점잔빼는 사람이 자동차 안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인간처럼 포유류나 조류는 사회성이 강한 동물이다. 동물들의 사회적 영역을 무시한 공장식 축산 환경에서 길러지는 돼지나 닭은 비좁은 케이지(Cage) 안에서 쉽게 미쳐간다는 사실이 최근 동물학자들로부터 보고되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 역시 조직 내 질서와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당한 심리적·물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의정부시는 직원들의 파티션 철거 등 급격한 사무실 환경 변화에 반대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을 케이지화 해서는 안된다.

아울러 시 정책자문단은 ‘인간이 사회적 환경에 지배받는 수용자인 동시에 생산자’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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