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영돈/소설가
지난 토요일 오후, 모처럼 지인들과 행복로를 찾았다. 화창한 가을 날씨의 유혹에 기꺼이 호응이라도 하듯.

대도시 서울에 '홍대 문화'가 있다면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 의정부에는 '행복로 문화'가 있다.

그곳엔 눈부신 젊음과 쇠를 녹여낼 패기 넘치는 함성 뿐만 아니라 생동하는 음악과 미술과 온갖 예술이 꿈틀거리는 이른바 역동(dy·nam·ics)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우리에겐 전통적인 장터 문화가 엄연히 존재했었다. 동리를 가로지르는 시장통 너른 마당에는 한쪽에 멍석이 깔려졌고, 어른들은 내기 윷놀이에 으라차차 윷가락을 날리며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켰다.

지나가던 행인들과 아이들은 말판을 바라보며 잡히는 말이 자신의 것인 양 안타까워 하곤 했었다. 어디 그것 뿐이랴! 명절 즈음엔 화려한 농악놀이를 빼놓을 수가 없었다.

우리의 고유한 음악으로 세계에 많이 알려진 사물놀이인 꽹과리와 징·북·장구 등 타악기가 중심이 되며, 태평소와 나발 등의 관악기도 곁들여지는 농악은 그야말로 종합예술이 아닐런지?

농악놀이에서 특히 인기를 끄는 것은 열두발 상모를 돌리는 채상놀이였다. 전복을 입은 상모꾼이 전립 끝에 열두발 종이를 달아 돌리는 모습은 가히 신기에 가까울 정도였으니.

나의 머릿속에는 어린시절 감동적이던 상모꾼의 공연이 오버랩 되며 의정부가 자랑하는 세계 1위 비보이 공연에 한껏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십대 후반과 이십대 초반의 비보이의 다양한 공연은 우리의 농악놀이 전통이 새롭게 변환된 21세기형 창조물(creation)이란 생각을 했다.

다양한 세대(어르신·중장년·청소년·어린이·유모차의 아기)와 다양한 사람들(외국인·다문화 가정·장애우, 심지어 노숙자까지)이 함께 어우러져 신명나는 공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모습에서 나는 의정부의 가능성과 미래, 그리고 진정한 소통을 두 눈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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