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경전철은 낚였다.” 경기개발연구원(GRI) 류시균 박사의 말이다. 류 박사는 2012년 12월 ‘의정부경전철 활성화 방안’ 보고회서 의정부경전철 민자사업은 2006년 4월 실시협약 당시 없었던 수도권환승요금·통합할인제 도입으로 의정부시가 날벼락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한국교통연구원(KOTI)과 한국개발연구원 등 국내 최고 전문가 집단이 검토한 경전철사업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보고회장은 일순간 숨이 멎는 정적으로 다가왔다.

류 박사는 날벼락의 근거로 요금이 불변가격으로 책정된 경전철 승객이 수도권통합환승제를 적용한 버스 요금이 상대적으로 내려가 승객을 버스에 뺏기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재정손실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의정부시와 사업시행자는 2014년 12월 6일부터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를 전격 시행했다. 이 제도를 시행한지 만 2년간 수도권통합환승 승객수는 2015년 11월말 기준으로 6473명이 늘어났고, 2016년 11월말 8551명 증가에 그쳐 류 박사의 예측 또한 사실상 빗나갔다.

의정부경전철 민간투자사업은 지난 1993년 한국교통연구원(KOTI)이 최초 타당성 평가와 2005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PIMAC)의 실시협약조건 협상에 이어 2006년 기획예산처 민간투자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의정부경전철 사업은 총사업비 6767억원으로 민간사업자가 유치한 연 5%대 이자율로 환산하면 30년간 기회비용(경전철사업을 위해 포기한 자본 가치)은 약 1조6917억5000만원에 해당되는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다.

의정부경전철은 58개월간 공사를 거쳐 2012년 7월 1일 개통됐다. 하지만 개통 6개월 후 승객수는 전문가들의 기대와는 달리 너무도 차이가 났다. 개통 초기 한 달간 이용 수요가 평일 1만2000명, 주말 1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2년 협약수요 7만9000명 대비 16%에 머무는 저조한 실적으로 나타났다. 급기야 2013년 초 감사원은 사업시행자의 파산 우려를 지적했다.

저조한 승객수를 두고 교통 전문가들은 경전철 운행시기와 최초 사업타당성 평가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달랐다고 해명했다. 즉 도시 인구 증가율 등 데이터 양이 달라졌고, 통계 모집단의 표본량이 적어 승객수가 왜곡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자는 “애초 경전철 사업은 일정수요가 뒷받침돼야 하고, 김해·용인·의정부의 공통점은 협약수요를 일반적 철도수요를 벤치마킹한 대략 ㎞당 1만명으로 책정했다”고 해석했다.

의정부경전철 수요는 많은 전문가의 분석과 연구에도 불구하고 예측은 빗나갔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나? 이 같은 현상은 확률과 불확실성 문제 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와 인문학적 통찰에 의하면 교통전문가 집단의 예측은 애초부터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에 기반을 둔 해석에 지나지 않았다.

탈레브는 몇 마리 되지 않은 검은 백조의 존재에서 찾아낸 원리로 세계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백조가 무조건 희다는 편견의 타래에 사로잡혀 있다. 이처럼 인간은 늘 규칙에 대한 허기에 시달린다. 주어진 문제의 차원을 축소시켜 머릿속에 집어넣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해의 망상, 사후 왜곡, 사실·통계·범주의 과대 평가를 통해 세상을 본다고 주장한다. 그는 ‘블랙 스완’ 이론에서 인간의 뇌는 이미 알려지고 볼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진짜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해 우리가 사물의 진정한 원인을 알지 못한다고 한다.

‘블랙 스완’ 이론은 리스크 제거를 위한 복잡한 알고리즘이나 과학자들의 예측 등 불확실성을 억제하려는 모든 노력을 비웃어왔다. 기업의 CEO들 역시 성공이 우연한 행운이 아닌 자신들의 능력에 달려있다고 믿는다. 탈레브는 이것이 비즈니스 스쿨에서 부추긴 환상이라고 주장한다. ‘조지 소로스’ 같은 고수들은 금융투자를 결정할 때 자신이 세운 최초의 가설이 틀렸음을 입증하는 사례들을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문제는 의정부경전철이 편리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수요 진작을 위해 수도권통합환승할인제 도입, 버스노선 개편에도 불구하고 수요 충족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블랙 스완’이 작용해 민간사업자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파산신청을 했다는 점이다. 이에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시민들에게 회계법인과 피맥(PIMAC)의 용역보고를 인용하고 파산전문 법률가의 대응을 강조했다.

‘전망 이론(불확실한 상황에서의 의사결정)’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우리는 기존의 불완전한 지식에 입각해 편향을 만들거나 제한된 사실로 이야기를 짜맞춘다. 이것이 인간 판단의 ‘WYSIATI’ 원칙, 즉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다(What you see is all there is)”라고 주장한다.

카너먼은 ‘전문가의 판단이라는 환상’에서 “자신감이 높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기 머릿속에서 정합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표시일 뿐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말한다. 또 ‘생각의 오류’ 연구에서 우리는 나쁜 소식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선천적인 매커니즘을 갖고 있어 위기에 빠질수록 전문가라는 ‘후광효과’에 의존할 개연성을 설명했다.

자본주의자는 자본의 종교가 만든 이윤 추구의 교리에 따라 움직인다. 열심히 일해 번 수입 일부를 주식회사에 투자한 현대 노동자는 되먹임 고리의 자본주의자다. 자본의 신용은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래 인류가 지난 4천년간 화폐로 사용한 ‘별보배고둥껍데기’와 동일하게 우리의 공통적 상상 속에서 존재한다.

의정부경전철 주간사인 GS건설이 경전철 운영 경험을 토대로 파산신청 10여일 만인 지난달 24일 위례-신사선 경전철 민간투자사업에 주간사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먹튀 비난이 확산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의 말처럼 우리는 단순히 사리사욕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주체일 뿐만 아니라 한 사회의 시민이기도 하다. 엄밀히 말해 민간사업자와 의정부시는 ‘블랙 스완’의 피해자다. 그렇다고 해서 블랙 스완이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차제에 의정부경전철 민간사업자도 우리사회가 사용가치로만 규정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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