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시 공직사회에 공동체 의식은 문제가 없는 걸까? 공동체 의식이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 대한 배려로 생존 본능과 직결돼 왔다. 역사가들에 의하면 공동체의 기원은 사회 구성원의 공통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로마 제국에 이르는 모든 협력망은 ‘상상 속의 질서’였다. 이들을 지탱해주는 사회적 규범은 타고난 본능이나 개인적 친분이 아니라 공통의 신화에 대한 믿음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현대 국가나 조직은 공통의 신화적 신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노아 하라리’는 말한다.

공동체 안에서는 서로 만난 적도 없는 두 사람이 상대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 수 있다. 민족·국가·고향 등 공동체의 존재를 믿기 때문이다. 노예가 피라미드를 건설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과거 피라미드 건설도 공통의 신화가 필요했다.

자연상태에서 전형적인 침팬지 무리의 개체수는 20~50마리다. 아마도 이와 유사한 패턴이 원시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한 초기 인류의 사회적 삶을 지배했을 것이다. 원시 인류의 사회성은 서로 친밀한 소규모 집단에만 적용됐다.

조직의 규모가 너무 커지면 사회적 질서가 불안정해지고 무리가 쪼개졌다. 이처럼 조직이 커지면 누가 지도자가 되고, 어디서 사냥을 하고, 누구와 짝을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겠는가? 이것이 공동체 ‘뒷담화이론’의 기원이다.

‘인지혁명’에 뒤이어 ‘뒷담화이론’이 등장한 덕분에 호모 사피엔스는 더 크고 안정된 무리를 형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뒷담화로 결속할 수 있는 집단의 자연적 규모는 약 150명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150명이 넘는 사람과 친밀하게 알고 지내며 효과적으로 뒷담화를 나눌 수 있는 보통사람은 거의 없다.

심지어 오는날에도 인간으로 이뤄진 조직의 결정적 임계치는 이 마법의 숫자 근처 어디엔가 있다.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해서 이 결정적 임계치를 넘어 마침내 수십만~수천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 수억 명을 지배하는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아마도 허구의 등장에 있을 것이다.

서로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공통의 신화를 믿으면 성공적 협력이 가능하다. 인간의 대규모 협력 역시 모두가 공통의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신화는 사람들의 집단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국가나 단체, 주식회사, 종교집단, 고대도시, 원시부족 모두 그렇다. 우리는 지난해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뭉친 촛불혁명에서도 공통 신화의 힘을 목도했다.

‘유발 노아 하라리’는 ‘우리가 특정 질서를 신뢰하는 것은 그것이 객관적이고 진리이기 때문에 아니라 그것을 믿으면 더 효과적으로 협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사람들이 중력을 믿지 않는다 하더라도 내일부터 중력이 작용하지 않은 가능성은 없다. 이와 반대로 상상의 질서는 언제나 붕괴의 위험을 안고 있다. 왜냐하면 그것은 신화에 기반하고 있고 신화는 사람들이 신봉하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권익위원회의 전국 공기업·지자체 청렴도 평가에서 의정부시가 내부 청렴도 4등급을 기록했다. 하지만 실상 조직에 현미경을 들이대면 청렴도는 여타 지자체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직원들의 청렴도는 사실상 수년간 향상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청렴도 하락에 결정타를 날린 원인은 단 한 명 직원의 뇌물 수수로 밝혀졌다.

특히 권익위의 문답 평가에서 낮은 점수의 결과를 두고 시 감사담당관은 “이젠 직원들이 과거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더 이상 희생하거나 조직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비리가 적발될수록 공동체의 청렴도가 떨어지는 딜레마에 빠질 감사담당관의 자조 섞인 말에는 이해가 가지만 분명 세상은 바뀌었다. 더 이상 과거 공직사회의 공통 신화가 사라졌는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2일 의정부시에 부임한 이성인 부시장이 취임사에서 “전국 청념도 평가 1위 달성을 목표를 위해 연초부터 부서 간 치밀한 계획과 매월 점검을 통한 전략적 접근”을 청렴 ‘스타트업’으로 강조했다. 37년간 공직 경험의 상투적 성과주의가 묻어나는 표현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발밑의 감사담당관실에 답이 있다는 느낌이다. ‘차라리 걸리면 죽는다’란 마초식 표현이 더 와닿을성 싶다.

지난 연말 차기 의정부시 보건소장에 경기도 보건위생담당관실 전광용(5급) 보건관리팀장이 낙점됐다. 이에 시는 보건소 후속 (소수직렬) 승진인사를 염두에 두고, 경기도에 인사교류를 요청하고 전 소장과 같은 직렬(보건직) 5급 직원의 1년간 파견 교류를 요청했다.

시의 인사 교류 요청에 도 인사담당관은 전 팀장이 개방형 직위인 보건소장에 임명돼 형식상 사표를 썼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이에 시는 전 보건소장이 2년간 임기를 마치면 도에 같은 직급으로 복직한다는 이유을 내세웠다. 협상에 난항을 거듭하자 시는 김원기(자치행정위) 도의원을 내세워 협상 끝에 교류를 성사시켰다.

시는 교류 대상 직원으로 보건소 A(56·보건)과장과 B(51·약무)과장 가운데 한 명을 염두에 뒀다. 이로 인한 승진 대상자는 2004년 12월 1일 6급으로 승진한 C(51·보건) 보건행정팀장이 물망에 올랐다. 시는 인사 서열상 지난해 2월말 진급한 A과장을 파견하기로 결정하고 본인 또한 동의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A과장이 파견 의사를 번복했다.

이에 시는 소수직렬의 승진인사을 고려해 도시농업기술과 김모(52·농업)과장으로 바꿔 도에 파견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도는 농업직의 잉여 자원을 이유로 차라리 행정직 파견을 요청했다. 또 다시 시는 행정직 5급·과장들을 대상으로 파견 공모를 벌였지만 아무도 교류에 응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결국 참다 못한 안병용 시장은 4일 오전 11시 ‘시 행정 내부망’에 ‘경기도 인사교류 희망자 모집’이란 제목으로 ‘경기도 공무원의 의정부시 보건소장 임용(1월 1일)에 따라 인사교류 희망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인사 교류 이유로는 기술직군(약무·보건)의 승진 적체 해소를 위함이라고 덧붙이고, 오는 9일까지 희망자가 없을 경우, 승진 요인이 소멸됨을 알린다고 명시했다.

현재 보건소의 소수직렬로는 보건·약무·의료기기·간호 등 13명의 팀장이 근무하고 있다. 도시농업기술과는 6명의 농업직 팀장이 기약없는 승진을 포기하고 복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동체 의식의 신화가 사라지고 이기심이 가득한 공직사회에 불발로 끝난 김모 도시농업기술과장의 파견근무 자청이 오히려 따듯한 귀감으로 다가온다.

이에 답하듯 안병용 시장이 공통 신화의 상실을 우려한 공직사회에 던진 메시지는 “공동체 이익을 저버리면 국물도 없다”는 명징한 표현으로 들린다.


▲ 2017년 1월 2일 의정부시 시무식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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