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준/ 세종대 건축학과
걷고 싶은 거리는 어떤 것일까. 나는 초·중·고 10년이 넘는 시간을 의정부에서 살았다. 강산이 한번 변한다는 말처럼 많은 것들이 사라져 갔고, 많은 것들이 생겨났다. ‘(구)중앙로’로 불렸으며, 지금은 ‘행복로’로 바뀐 의정부 시내는 특히나 큰 변화를 겪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갔었던 시장과 거리는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가 되었고, 도로였던 길은 광장이 들어섰다. 공공사업의 일환으로 거리는 재정비 되었고 작은 물길과 조형물들, 그리고 깔끔하게 바뀐 바닥은 ‘걷고 싶은 거리’라는 말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가게 되었다.

무척이나 긍정적이고 좋은 모습에서 문득문득 아쉬움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아버지를 따라 한점두점 안주를 집어먹던 포장마차의 아저씨도 사라졌고, 친구들과 곧잘 찾아갔던 떡볶이 가게 이모도 보이질 않는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쇼핑몰과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그곳을 차지했다. 아름다운 거리 속에 깔끔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는 모습을 보면, 조금은 허름했지만 좀 더 친근했던 그 모습이 그리워지고는 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있다. 지리환경학과 신현방 교수는 이 말을 “예술인들이나 상인들이 상권을 띄워 놓으면 그 뒤에 부동산 자본이 들어오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뛰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서촌이나 북촌, 홍대와 이태원의 모습을 보면, 초기의 독특했던 그곳만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일반적인 도심 거리의 모습으로 바뀌어갔다.

이러한 동네의 특징을 보면 시간이 갈수록 외지인들의 건물 소유 비율과 외지인 간의 매매 건수가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지역에 건물과 땅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보다 외지에 살면서 영리목적으로 타 지역에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 덕분에 내가 알던 사람들은 점차 비싸진 임대료에 쫒겨나듯 외곽으로 밀려났고, 건물을 산 사람들도 빚을 내서 샀기에 물가는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동네는 타 업종에 비해 요식업과 의류업 관련 대형 기업들이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동네 자체가 거대한 프랜차이즈 백화점이 된다는 말이다. 대개 이런 업종의 경우 계약직과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이고, 업무 환경도 좋지 않다. 건강하지 못 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이 동네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오는 사람도 즐거운 법이다. 걷기 좋은 거리는 단순히 기찻길 걷듯이 걷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추억을 쌓아갈 수 있는 거리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경우, 이러한 문제가 극심해지자 건물주가 자율적으로 임대료 인상 자제에 동참하는 ‘상생협약’과 서울시가 직접 부동산을 사거나 임차해서 지역의 특성을 대표하는 핵심시설 건립 후 임대, 서울시가 리모델링 등의 비용을 지원해주고 건물주가 임대료 동결 및 임대 기간을 보장하는 ‘장기안심상가운영’, 소상공인이 직접 상가를 소유할 수 있는 ‘소상공인 장기저금리대출 지원’ 등의 안을 내놓고 있다.

의정부역의 신세계 백화점을 비롯해 점점 커져가는 행복로의 상권은 시의 적절한 정책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의정부에서 많은 추억을 가진 사람으로서, 단지 걷기만 좋은 거리가 아니라 시간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거리가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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