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말 많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위헌 소지가 28일 헌재의 합헌으로 결론났다. 헌재는 이 법이 금하는 ‘부정청탁’ 개념이나 ‘사회상규’라는 뜻이 모호해 죄형법정주의 위배 소지가 있다는 대한변호사협회 등 주장에 달리 해석될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김영란법의 적용 범위는 애초 공직자에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켜 대상을 일반인으로 확대했다.

28일 의정부시청 앞 일식집 사장 정씨(58)가 지난 17년간 운영하던 가게를 접는다고 말했다. 이집은 지난 10년간 점심특선을 1만5천원으로 동결했다. 정씨는 가끔 “김영란법 소문이 돌던 지난 5월부터 손님이 끊겼다”고 말했지만 이 말을 건성으로만 들었다. 정씨는 이날 “점심 손님은 별로 안 남아 저녁 손님을 받아야 하는데, 어제는 저녁에 7만원짜리 한 테이블만 받았다. 이젠 지역 내 일식집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지역 내 꽃집의 피해는 더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일부에선 의정부 지역 4500개 식당 중 고급 한정식당 4곳, 일식집·횟집 15곳, 한우전문식당 10여곳이 문을 닫아야할 형편”이라고 말한다. 시민 고모(56) 씨는 “서민들이 즐기는 삼겹살 일인분이 평균 1만2천~1만8천원, 소주 한병 4천원, 여기에 밥먹고 하면 무조건 3만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술 손님이 줄면 대리운전도 피해가 갈 것”이라고 말한다. 김영란법은 사교 등 목적으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국사회는 계층 간 이동의 사다리가 끊어진지 오래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6월 청년층(15~29살) 실업률은 10.3%이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통계다. 현재 한국사회에 미세먼지처럼 깔려있는 분노, 적개심을 해석하는데 있어 모 문화심리학자는 적절한 비유로 프랑스 문화평론가 ‘르네 지라르’의 이론인 ‘욕망의 모방’이라고 말한다.

‘욕망의 모방’은 유명한 ‘희생양 이론’으로 연결된다. 희생양 또는 속죄양은 염소 등 제물의 동물이란 뜻으로 사회·문화·심리적 희생자를 의미한다. ‘욕망의 모방’이란 우리가 집요하게 추구하고 원하는 것이 실제로는 남들의 욕망을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욕망은 영원히 충족될 수 없고,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메커니즘은 사회적 갈등을 끝없이 야기한다는 것이다.

결국 갈등은 희생양을 찾아 집단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해소된다. 문명의 기원은 바로 이 같은 ‘희생양 제의(犧牲羊 祭儀)’라는 것이다. 이처럼 김영란법이 사회적 ‘욕망의 모방’으로 인해 희생양을 만들어야만 유지되는 인간 문명의 본질을 드러내는 일은 아닌지 우려된다. ‘김영란법’은 시행되기도 전에 한켠에선 사회청렴도 향상을 위해 잘된 일이라는 쪽과 적용범위가 일반인으로 터무니없이 확대됐다는 의견으로 갈린다.

평소 고준담론(高峻談論)을 일삼는 의원들이 과연 사회적 약자인 乙의 입장을 이해하고 법을 제정한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게다가 자신들은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권력자) 자신은 지극히 정의롭고 선한 존재로 합리화한다’는 마키아벨리 군주론(君主論)의 충언에 따른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프랑스 철학자 미셀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판옵티콘(둥근형태의 감옥, 중앙에 높은 감시탑이 있고 그 둘레를 돌아가며 감옥이 배치된 구조의 건물)의 구조를 사회 각 집단으로 확대해 ‘사람들이 감시자의 시선을 내면화하도록 만든다’고 했다. 김영란법의 사회 청렴 목적이 사법만능주의 수단으로 본말전도(本末顚倒)되는 건 아닌지 되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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