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유시인 백영주
내 체질은 아침형이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새벽 5시면 알람 없이 60살이 되도록 특별한 일 없으면 정확하게 기상한다.

정교한 생체시계다. 보통 사람들 잠들어 있는 시간에 기상해서 하는 일은 책을 보거나 집 근처 산행을 한다.

의정부는 사패산 수락산 도봉산 불곡산 동서남북으로 명산이 즐비하다. 시민들은 집에서 걸어서10분, 차량으로 10분이면 내가 가고 싶은 산을 선택해서 다닐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살았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으로 집 근처 명산을 내 집 앞마당 처럼 드나들 수 있는 천혜의 자연에 살고 있는 것에 늘 고맙고 감사했다.

매일이다시피 찿아가는 사패산에서 50대 후반 여성 변사체가 발견되었다. 변사체 발견한 첫 목격자가 본인이다. 현장을 목격한지 하루가 지났지만 아직도 가슴이 벌벌떨리고 체온까지 상승하고 온몸이 후들거린다.

현충일 연휴기간 동안 동해안 여행하고 요며칠 산행을 못했다. 산이 고파서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배낭을 지고 집을 나섰다. 10여분 걸어서 시청 옆 사패산 등산로로 들어섰다. 직동공원을 지나 소풍길로 접어드니 며칠만에 사패산은 짙푸른 나뭇잎은 녹색 물결로 출렁였다. 이른 새벽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은 산을 오르내렸다.

등산로를 오르내리면서 운동삼아 박수치면서 박장대소하고 웃는다. 미친 사람처럼 보일까 싶어 사패산 등산객에게 웃음치료사라고 소개하고 따라 하라고 권유하면서 함께 박수치고 웃는다. 박수치고 박장대소하면서 큰소리로 웃으며 사패산의 아침 정적을 깨웠다.

한발 한발 걸으며 가뿐 숨을 토하면서 산에 오르니 숨도 차고 힘은 들었지만, 오장육부가 뻥 뚫리는 듯 시원했다. 주말에는 사패산 정상까지 등반하지만 평일은 마당바위 아래까지만 산책삼아 가볍게 등산한다. 내  놀이터 바위 가는 길에 뒤를 따라 오는 60대 등산객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산에 올랐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평소 내가 찾는 내 바위 빼앗길까 싶어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다시피해서 먼저 선점했다. 혼자 앉을 수 있는 지표에서 1미터 정도 높이에 홀로 앉을 수 있는 작은 바위다.

그곳은 의정부시가 한 눈에 들어오고 수락산 정상까지 보인다. 나는 늘 그곳에 자리잡고 커피도 마시고 시낭송 연습도 하고 스마트 폰으로 카페며 밴드 구경도 한다. 잠들어 있던 나의 정신을 깨우고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성역이다.

내 놀이터 바위에 도착해서 주변을 돌아보니 바위 아래 술 취한 듯 엎어져 있는 여자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먹다 남은 음식 용기, 허리에서 무릎까지 반쯤 벗겨진 하의, 깜짝 놀라서 함께 올라왔던 바위 아래 등산객에게 살펴보라고 소리쳤다.

이내 “싸늘하다, 죽은 것 같다”는 말이 들려온다. 순간 머리 속이 멍했다.

119에 다급한 목소리로 신고했다.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너른바위 이동해서 놀란 가슴을 진정하려 했지만 내 의지대로 작동되지 않았다.119 구조대원이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도착했다. 경찰이 도착하고 국과수 요원이 도착했다.

푸르게 고요했던 사패산 골짜기는 삽시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나는 꿈에도 생각해 본적 없던 변사자 최초의 목격자가 되었다. 황당·놀람·충격·공포 그 모든 것들이 쓰나미 처럼 나를 덮쳤다.

경찰서에 목격자 진술을 위해 도착했다. 순간 세 시간 동안 긴장했던 내몸은 쓰러질 것 같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내 동내 놀이터에서 살인사건이 생겼다. 수락산 등반객 살해사건 충격도 가시기 전에 내눈 앞에서 살해당한 사람을 목격했다. 수락산 사고가 났을 때 시도 때도 없이 산이 줗아서 산을 찾는 나에게 주변 지인들이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내가 가는 사패산은 동내 놀이터다. 사람들이 늘 북적거리는 ‘저잣거리다’라고 답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장담했던 장소에서 사람이 죽었다 것도 내눈으로 확인한 첫 번째 목격자다.

지금 나는 한바탕 사나운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현실을 받아 들일 수도 용납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 산을 찾았다. 소중한 생명이 불귀의 객이 되었다. 등산은 비용 부담없이 신체와 정신을 강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그나저나 이제 내 놀이터 사패산도 무서워서 갈 수가 없다. 세상이 무섭다. 산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세상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사람 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인지 돈 때문에 인본을 잃어버린 사람을 질책해야 하는지.

등산 갔다가 날벼락 맞은 고인에게 옷깃을 여미며 추모한다. 다음 세상에 태어 나시면 절대로 홀로 등산다니지 마세요. 하루 아침 살인자에게 빼앗긴 내 놀이터. 어느 산에 가면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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