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결정 짓기 전에 누구나 마음이 헷갈린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 다 매력이 있고 끌릴 수 있다. 우정은 변질될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그 순수성에 있어서 변질되더라도 되돌아온다. 이것이 소설의 주제다.우리의 삶은 깊이 생각하면 결국 사랑이다. 사랑은 인생의 본질이다. 사랑 없는 인생에는 감동이 없다. 그냥 먹고자는 무의미한 시간을 지속시키는 행위만을 다하다가 죽을 뿐이다.” (소설가 정소성)

의정부에 새로운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그동안 인문학 강좌는 관 주도로 타깃 관객에 대한 배려가 없이 불특정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관객과의 스킨십과 공감력이 떨어졌다.

‘책 세상을 열다’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관 주도의 ‘북 콘서트’ 강좌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인문학에 대한 갈망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28일 저녁 시민이 주도한 인문학 카메라타(Camerata)에 ‘설향(雪鄕)’의 작가 정소성(70)이 찾아왔다.

이날 열린 문화행사는 네 번째로 의정부 베히라인음악학원 장영돈 대표가 문화공간을 제공했다.

참석한 관객들은 사전에 주최 측이 준비한 음료와 샌드위치를 들고 만원의 행복을 만끽했다.

‘설향(雪鄕)’은 젊은 남녀의 사랑의 본질과 그 관계의 모호함을 병리적으로 바라본 소설이다.

낭송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대부분 의정부시에 살고 있는 젊은 문화인들로, 문학과 음악이 일상 생활에 깊이 배어든 중년층이 주류를 이뤘다.

저녁 7시에 열린 장편 소설 ‘설향(雪鄕)’ 낭송회는 시작 전 피아노 반주와 비올라 연주가 있어서 예술적 분위기는 커피 한잔의 향에 녹아들었다.

낭송회는 레닌모를 쓴 老 소설가를 초청해 아나운서 한혜란씨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연극배우 박용씨가 낭독했다.

 
설향은 2012년도에 발표된 장편소설로, 15편의 장편소설을 발표한 작가 정소성의 장편으로서는 최종작이다.

1시간 반에 걸친 낭송회에선 어느샌가 관객들은 과거 사랑의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자신의 마음을 스캔당한 느낌에 빠졌다.

소설가 정소성은 얘기를 재미있게 잘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수줍음을 간직한 조근조근한 그의 목소리에 관객들은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환원시키며 늦여름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소설가 정소성은 경북 봉화 출신으로 1977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한 작가는 '천년을 내리는 눈', '두 아내', '여자의 성' 등의 작품을 냈고 동인문학상, 윤동주문학상, 박영준문학상, 월탄문학상 등을 받았다.

2012년 펴낸 '설향'은 미술학도 네 명의 사랑과 우정, 예술에 대한 열정과 성장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정 작가는 이 작품으로 그해 류주현문학상을 받았다.

‘카메라타(Camerata)’는 16세기말 르네상스 시기에 이탈리아 피렌체의 음악가 문필가 화가들로 구성된 인문학자들의 클럽 이름이다.

이 소설의 무대 또한 의정부·양주·연천이라는 사실에 관객들의 친근감을 더했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어느 미술대학에 다니는 네명의 학생이(남학생 두명, 여학생 두명)이 어떻게 그들의 전공인 그림과 사랑을 찾아 가느냐 하는 얽히고설킨 문제를 다루고 있다.

남학생은 현우과 태현이고, 여학생들은 혜란과 미라다.

현우는 전형적인 한국적 사고를 가진 학생으로, 자신의 먼 작품세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직장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중등교사 순위시험공부를 한다.

절친한 친구 태현은 그림쟁이에게 가끔 있는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학생으로 일상생활이 그의 방종한 성격 탓으로 엉망이다. 그러나 성격은 순수하다.

태현의 고향이 경기도 연천이다. 혜란은, 한국여자의 미덕을 가진 젊은 여학생으로 현우에게 마음이 기울어져 있다.

미라는 서양 여인같은 감각을 가진 학생으로 재학 중 현우에게 기울어졌으나, 도불하여 프랑스 남학생 알랭과 동거한다. 대학 졸업 후, 미라는 태현과 혜란을 프랑스로 초청해 본격적인 그림공부를 한다. 이후 현우는 강화도로 가 미술교사를 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한편 프랑스 유학에 지친 태현과 혜란은 결국 결혼한다. 세월은 빠르게 흘렀고, 한국에 남은 현우는 마흔살 가까이 미혼인 상태다.

현우는, 정치 운동을 하다가 몰락한 태현의 연천집을 수리하여 자신의 화실로 쓴다.

연천의 한복판을 흐르는 임진강 주변에 엄청한 눈이 내리던 날, 현우는 그림을 그리다가 내리는 눈을 뚫고 나타난 혜란의 모습을 보게 된다.

태현이가 아내 혜란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현우임을 깨닫고 아내를 현우에게로 보내준 것이다.

▲ 설향의 작가 정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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