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즉석에서 사직서를 작성하는 호원1동 주민자치위원
A위원(여) “주민자치위원은 봉사하는 거예요. 내가 27년 봉사하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야. 우리가 농촌일손돕기를 안 했습니까. 불우이웃돕기를 안 했습니까. 우리 부녀위원들 허리가 끊어지도록 봉사했습니다.” B위원 “주민자치위원은 심의만 하고 아무런 의결권 없어요. 말만 주민자치위원이지 아무런 권한도 없습니다. (동장은) 요지부동 대화가 안 돼, 민주주의 국가에 대화가 안되는 게 있습니까.” C위원 “조례에 심의하라고 명시한 것은 특정인의 독단을 막기 위한 것인데 주민들 얘기(의견)는 요식행위예요. 심의라는 게 뭡니까. (주민자치위원장 해촉은) 다수결로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고문과 위원장이 대다수의 주민자치위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해촉당하는 마당에 위원이란 게 아무런 의미없어 사표 내는 게 마땅하다.”

▲ 호원1동 주민자치위원회 임시회

호원1동 주민자치위원 18명이 동장의 행정처분에 반발해 집단사퇴했다.

호원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15일 저녁 임시회를 열고 지난 11일 오모(65) 주민자치위원장을 해촉시킨데 대한 불만으로 집단 사퇴서를 제출했다.

오모 주민자치위원장은 전임 이모(58) 동장과 골 깊은 갈등으로 지난 1년간 보이지 않는 마찰을 빚어왔다.

주민자치위원들은 오모 주민자치위원장이 동장과의 갈등이 깊어지고 끊임없이 해촉 소문이 나돌자 내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에 따라 자신들의 임기가 사실상 올 12월까지로 판단했다.

이에 이들은 주민자치위원회 의결로 자신들이 모아온 회비(월 3만원)로 지난 5월 금반지(1.5돈) 24개를 구입해 나눠 가졌다.

이와 관련 몇몇 위원과 이모 동장은 이들이 전용한 회비는 경로 및 불우이웃 돕기 등 기타 자치위원회 기능에 부합하는 각종 지원사업 이외에 지출예산은 사용하지 못한다고 한 ‘호원1동 주민자치위원회 자치규정’을 들어 문제삼았다.

지난 7일 부임한 조모(53) 동장은 주민자치위원회를 열어 오모 위원장의 해촉 건을 상정해 의결했다.

이에 반발한 대다수의 자치위원들은 “동장이 새로 오자마자 첫날부터 뭐 그리 급했냐”며 오 위원장의 공개사과나 해명 기회도 없이 진행한 회의 방식을 지적했다.

이처럼 가차 없는 행정의 잣대로 위원장에게 해촉의 칼을 대자 자치위원회의 가장 연장자인 변모(68) 위원은 “동장이 특정단체나 일부의 의견만 믿고 호원1동 전체의 의견인 양 굳이 (반지 사건으로) 중징계를 줘야 하나”며 반발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건은 위원장의 단독행위가 아니라 회의에서 합의된 사항을 집행한 죄밖에 없다”며 “위원장 해촉을 대신해 (우리가) 회비를 원상회복 하거나 고문 한 분만 총대를 메거나 자치위원 전체에 대한 경고를 주면 반성문 쓰겠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15일 자녁 6시 반부터 진행된 임시회의에서는 시작 전 임모 부위원장으로부터 전임 오 위원장에 대한 공로패가 전달됐다.

곧이어 이 자리에 참석한 자치위원들은 익숙한 행동으로 즉석에서 공로패 비용 2만원씩을 갹출했다.

오 위원장 해촉에 대한 자치위원들의 해명 요구에 조모 동장은 ‘의정부시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를 근거로 “동장은 위원 및 고문을 해촉할 경우 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하지만 해촉은 되돌릴 수 없다”고 다부진 선을 그었다.

자치위원들은 이어진 난상토론에서 주민자치위원회 회칙 조례 및 관련규칙에 이런 일로 위원장의 해촉사유가 되는지 조차도 생경하게 받아들이는 눈치였다.

다만 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상식의 잣대로 이번 처사에 대해 갸우뚱해 하며 집단사퇴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를 반증하듯 전임 동장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27년간 내 돈 내고 봉사해 왔는데 솔직히 A 동장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아니냐. 화합시키는 게 동장이지.”

“그래, 동내에서 불미스런 일이 있으면 그걸 무마시키고 화합시키는 게 동장이지, 이걸 언론에 내고 문제삼아야 됩니까. 특정 단체의 의견만 믿고 호원1동 전체의 의견인양 공개사과도 없이.”

“그것도 우리 사유에 넣어요, 아니 호원1동 동장으로서 농촌일손돕기 가는데 당신은 전날 술 먹고 이튿날 40분씩이나 늦게 오고 이것도 정당사유인가. 자기네들이 하면 관행이고 우리가 하면 불법이야. 이거 잘못되지 않았습니까. 진짜 나열을 하면 끝도 없어. 그렇지만 주민같은 동장으로서 서로가 잘못된 건 다독거려서 일하는 게 동장이지. 화해한 걸 다시 문제 삼아서 그걸 언론에 내는 게 그게 동장이야.”

사실상 전임 동장의 성토장이나 다름없는 토론 후 참석한 20명의 주민지치위원 중 18명이 즉석에서 사퇴서를 작성했다.

도중에 한 목소리가 도드라졌다. “남이 쓰니까 하지(쓰지) 마시고 여러분! 다 이유 아시잖아요. 심의해서 한두 명만 찬성하고 나머지는 다 반대하는데 주민자치위원, 허수아비 이런 주민자치단체 뭐 필요있습니까”

연이어 동사무소에서 평소 주민자치위원회 일을 보던 간사 K씨도 마지못해 사퇴서를 썼다.

이를 발견한 변모 위원이 화들짝 놀라 K씨의 사퇴서를 빼앗아 찢어버렸다. K씨는 사실상 한달 월급 80만원도 채 안 되는 상근 임시직이다.

이날 주민자치위원의 요청에 의해 참관인 자격으로 회의를 지켜본 임모 변호사는 “동장의 말처럼 주민자치위원회 회칙 (제20조 해촉) 1~5호 사유에 따라 해촉할 수 있고 라고 돼 있어, 동장의 재량권으로 보여지나 심의가 불완전해 절차적 하자로 보인다.

이번 행정처분은 주민자치 정신과 일반적인 조직 생리에 비추어볼 때 공과의 경중을 가려야 하고, 주민자치위원 대다수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해촉은 재량권 남용 등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바람에도 꺽이지 않는 풀뿌리 민주주의 첨병, 이들 주민자치위원의 봉사는 밥이다. 다산은 목민심서에서 관리(공직자)를 목민관(牧民官)과 속리(束吏)로 구분했다. “지금 내 어찌 아니 돌아갈 것인가”란 가뭇없는 관리의 회한을 노래한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가 새삼 떠오른다.

 

▲ 임일호 부위원장으로부터 공로패를 받는 오경철 전 주민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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