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고로 변한 의정부장학회 사무실 전경
창고 속에 널브러진 의정부시 최초의 토종 장학회가 쫓겨날 처지에 놓였다. 의정부장학회는 지난 39년간 형편이 어려운 708명의 학생들에게 9억3086만원의 장학금을 지원해왔다.

의정부장학회는 지난 98년 김문원 전 시장의 요구로 회룡장학회(현 의정부시민장학회)와의 합병을 위해 사무실을 청소년회관 3층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지난 2000년 두 장학회의 합병이 무산됐다. 또한 함께 있던 의정부시민장학회가 지난해 평생교육비전센터로 이전함에 따라 시로부터 사무실을 비워달라는 권고를 받아 왔다.

현재 의정부장학회 사무실은 청소년회관 3층의 청소년상담복지센타 내에 창고로 변한 12평 남짓의 사무실에서 유급 총무 한 명이 책상 하나를 놓고 근무하고 있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시 평생교육과 소관으로 의정부YMCA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센터 측은 교육실 세팅을 위해 책상을 비워달라고 의정부장학회에 공식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시 평생교육과 관계자는 “지금은 시가 의정부장학회 측에게 사무실을 비워달라는 일체의 요구를 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 (재)의정부장학회 권기문 이사장
(재)의정부장학회 권기문(63) 이사장은 “의정부장학회는 지금부터 39년 전인 1975년에 제일시장 어묵공장 박태수(67) 사장 등 상인 10명이 500원씩 갹출(醵出)해 만들었다.

그 당시 상인들이 낸 500원은 자장면 가격이 160원이니 그리 큰돈은 아니었다. 모인 돈은 성적이 우수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3명의 고등학생에게 6만원을 전달한 것이 장학회의 시초다.

의정부장학회는 교육청 등록번호 10-85호이고, 의정부시민장학회는 10-86호로 우리가 최초다.

7년 전 시의 요구로 청소년회관 3층에 입주한 장학회를 지금 시가 월 20만원만 주면 사무실을 구할 텐데라고 말하며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와 함께 있던 시민장학회에는 평생교육비전센터에 사무실을 제공한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시가 위탁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를 앞세워 우리를 나가라고 하는 것은 뭔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장학회 후원자는 지난해 500여명에서 올해 300명으로 줄어 장학금도 지난해 7298만원에서 6234만원으로 축소되는 등 후원이 옛날 같잖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6시 의정부청소년수련관 강당에서 재단법인 의정부장학회 장학금 수여식이 거행됐다.

이날 수여식에는 대학생 11명에게 2900만원과 고등학생 20명에게 3334만원 등 총 6234만원의 장학금이 전달됐다.

더군다나 장학금을 전달 받은 대학생들 모두가 의정부 관내 의정부환경·녹색·일창·시설관리공단 등 환경미화원 자녀들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의정부장학회의 지난 9일 지급액 6000만원은 시가 지원하는 의정부시민장학회의 1년 경비에 해당한다.

시는 올해도 의정부시민장학회에 운영비 1900만원과 1억5000만원을 출연해 시의 토종 민간 장학회와 환원될 수 없는 경직된 사고를 가늠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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